[일본/도쿄] 쇼와 시대의 순수 다방 “純喫茶(준킷사)”

일본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들이 눈에 띕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심과는 정반대로, 나무 테이블과 스테인드글라스 장식, 그리고 사이폰 커피의 은은한 향이 감도는 곳. 바로 “純喫茶(준킷사)”, 일본 특유의 레트로 감성을 담은 순수 다방입니다.

현대적인 커피 문화가 들어오기 전, 일본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던 장소이자, 쇼와 시대(1926~1989)를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핸드드립 커피와 크림소다, 두툼한 토스트와 같은 클래식한 메뉴를 만날 수 있으며, 빠르게 흐르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도쿄에서 쇼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순수 다방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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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역/긴자 지역

☕️ トリコロール本店 (Tricolore Honten)

1936년에 문을 연 '트리코로르 본점'은 긴자의 중심부에 위치한 전통적인 다방입니다. 당시 木村コーヒー店(기무라 커피점)의 주인이었던 柴田文次(시바타 분지) 씨가 커피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긴자에 오픈한 카페입니다. 프랑스어로 '삼색기'를 의미하는 가게 이름처럼, 유럽풍의 우아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전쟁 중 건물이 소실되었으나, 전후 재건되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외관은 붉은 벽돌과 무게감 있는 회전식 목재 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는 앤티크한 가구와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유럽의 카페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이곳의 '카페 오레'는 직원이 커피와 우유를 각각의 은색 포트에 담아 높은 위치에서 컵에 따르는 독특한 서빙 방식으로 유명하며, 이로 인해 풍부한 거품과 깊은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이폰으로 추출한 깊은 맛의 커피와 수제 케이크와,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 주소: 東京都中央区銀座5-9-17

토리코로루 · 5 Chome-9-17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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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珈琲館 紅鹿舎 (Café Benisica)

1957년에 창업한 '커피관 베니시카'는 도쿄에서 최초로 '피자 토스트'를 선보인 곳으로 유명합니다. 원래 양식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1960년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면서 카페로 전환되었으며, 현재는 2대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화가였던 오카모토 마사루 씨가 개발한 이 메뉴는 두툼한 토스트 위에 토마토 소스, 치즈, 피망 등을 올려 구운 것으로,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부인이었던 초대 마담이 이탈리아 요리를 가정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한 메뉴로, 두꺼운 식빵 위에 특제 소스, 다양한 재료, 그리고 듬뿍 얹은 치즈를 올려 구워낸 것이 특징입니다. 이후 피자 토스트는 일본 전역의 카페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게 내부는  오픈 당시의 인테리어와 벽화를 최대한 보존하여, 방문객들에게 쇼와 시대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제공하며 예술가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메뉴와 함께 클래식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주소: 東京都千代田区有楽町1-6-8

Café Benisica · 일본 〒100-0006 Tokyo, Chiyoda City, Yurakucho, 1 Chome−6−8 Matsui Bldg., １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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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カフェ・ド・ランブル (Café de l'Ambre)

1948년, 도쿄 긴자 8초메에 설립된 전통 깊은 커피 전문점입니다. 창립자이자 일본 커피계의 선구자인 세키구치 이치로(関口一郎) 씨는 2018년 103세의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커피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습니다. 세키구치 씨는 커피 원두를 생두 상태로 10년 이상 숙성시키는 '오래된 커피(オールドコーヒー)' 개념을 도입하여, 깊고 풍부한 맛을 추구했습니다. 또한, 손수 만든 천으로 된 넬 드립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진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琥珀の女王(호박의 여왕)'으로 불리는 '블랑 에 누아르(Blanc et Noir)'는 설탕을 넣어 농도를 높인 커피 위에 에바밀크를 부어 두 가지 층을 이루는 독특한 음료로,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매장 내부는 개업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얼음을 넣어 사용하는 냉장고와 추를 사용하는 저울 등 역사적인 도구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조카인 하야시 후지히코(林不二彦) 씨가 가게를 이어받아 전통을 지키고 있으며, 커피 한 잔에 담긴 깊은 맛과 역사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남아 있습니다.

• 📍 주소: 東京都中央区銀座8-10-15

카페 드 람브르 · 8 Chome-10-15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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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지역

☕️ 珈琲タイムス (Coffee Times)

1967년에 신주쿠에서 문을 연 'Coffee Times'는, 이름 그대로 손님들이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전 좌석 흡연이 가능하며, 다양한 신문이 비치되어 있어 옛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개업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진정한 쇼와 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제공되는 모닝 세트는 두툼한 토스트, 수제 감자 샐러드, 삶은 달걀, 그리고 커피 또는 홍차로 구성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은 80석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카운터석도 마련되어 있어 혼자 방문하시는 분들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메뉴로는 사이폰 방식으로 추출한 향긋한 커피와 함께, 레어 치즈케이크, 크림 소다 등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를 제공합니다.

다만, 전 좌석 흡연 가능하므로 비흡연자분들은 방문 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영업시간: 월요일-토요일 오전 8시~ 오후 10시 /일요일 오전 8시~ 오후 9시

커피 타임즈 · 일본 〒160-0022 Tokyo, Shinjuku City, Shinjuku, 3 Chome−35−11 タイムスビル １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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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지역

☕️ 名曲喫茶ライオン (Meikyoku Kissa Lion)

1926년(쇼와 원년)에 도쿄 시부야의 도겐자카 지역에 문을 연 클래식 음악 전문 다방입니다. 창립자 야마데라 야노스케(山寺弥之助) 씨는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게의 외관과 내부를 설계하고 장식했습니다. 특히 입구의 사자(ライオン) 부조는 그의 손길이 담긴 작품으로, 가게 이름의 유래이기도 합니다.

2층 구조의 내부는 약 70석의 좌석이 있으며, 대부분의 좌석이 스피커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어 마치 작은 콘서트홀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2층의 최전열 좌석은 음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의 커피는 독특한 추출 방법으로 유명합니다. 큰 냄비에서 커피 가루를 끓인 후, 잠시 숙성시켰다가 다시 끓여내는 방식으로, 이는 런던의 '라이온 베이커리'에서 전수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하고 깊은 맛의 커피를 제공합니다.

방문 시에는 몇 가지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가게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과 큰 소리로의 대화가 금지되어 있으며, 휴대전화 사용도 제한됩니다. 이는 모든 손님이 음악과 커피를 조용히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 주소: 東京都渋谷区道玄坂2-19-13

 

Meikyoku Kissa Lion · 2 Chome-19-13 Dogenzaka, Shibuya, Tokyo 150-0043 일본

 

현대적인 카페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순수 다방(純喫茶)에서 특별한 경험을 해보세요.
혹시 인상깊었던 준킷사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